2009/12/18 20:24

기시 유스케, 푸른 불꽃  책꽂이

   
예전에는 어째서 호랑이가 되었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, 요전에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째서 인간이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? 이것처럼 무서운 일이 또 어디 있겠나? 앞으로 조금만 지나면 내 마음에 있던 인간의 마음은 짐승의 습관 속으로 완전히 매몰되어버리겠지. 마치 낡은 궁궐의 주춧돌이 점차 흙과 모래에 매몰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일세. 그러면 결국 나는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리고 한 마리의 호랑이로서 미친 듯이 날뛰면서, 오늘처럼 자네를 우연히 마주쳐도 옛친구를 알아보는 일도 없고 자네를 갈기갈기 찟어먹어도 아무런 후회를 하지 않을 테지. (pp. 181-182)


나는 그때 처음으로 당신을 존경했다. 당신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 뱃속에서 어느 살아 있는 것을 붙잡으려는 결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. 내 심장을 두 조각으로 갈라서, 따뜻하게 흐르는 핏덩이를 빨아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. 그때 나는 아직 살아 있었다. 죽는 것이 싫었다. 그래서 다른 날을 기약하면서 당신의 요구를 거절해버렸다. 지금 나는 스스로 자신의 심장을 찢고, 그 피를 당신의 얼굴에 뿌리려고 한다. 내 심장의 고동이 멈춘 순간, 당신의 가슴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. (p. 319, 나쓰메 소세키 마음)


이 감옥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, 또한 그 감옥을 부수는 거싱 도저히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, 필경 가장 편안한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은 자살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. 당신은 '왜?' 라고 하며 눈을 크게 뜰지도 모르지만, 언제나 내 마음을 조여오는 그 불가사의한 무서운 힘은 모든 방면에서 내 활동을 저지하면서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죽음의 길만을 열어두는 것이다. 꼼짝도 하지 않으면 또 몰라도,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이상은 그 길을 걸어가지 않으면 나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도리가 없는 것이다. (p. 324, p. 319, 나쓰메 소세키 마음)


한번 불을 붙이면 분노의 불꽃은 끊임없이 타오르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까지 모두 태워버리고 말지. (p. 361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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